솔직히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를 잘 쓰면 그게 곧 경쟁력이라고 믿었습니다. 블로그 글 하나 쓸 때마다 AI에게 제목을 맡기고, 구성을 맡기고, 심지어 어떤 감정으로 마무리할지까지 물어봤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쓴 글과 다른 블로거의 글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문장의 결이 너무 비슷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AI가 만든 복사본 세상에서 원본으로 살아남기
코닥(Kodak)이라는 회사를 기억하시나요? 20세기 필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던 그 회사 말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당시 중역 회의에서 그 기술은 묻혀버렸습니다. "지금 필름으로 잘 먹고 살 수 있는데 왜 굳이?"라는 논리였죠.
이것이 바로 유능함의 덫(Competency Trap)입니다. 여기서 유능함의 덫이란, 과거에 성공을 안겨준 능력이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차단하는 심리적·조직적 장벽을 의미합니다. 코닥은 필름 기술에서 세계 최고였기 때문에, 그 유능함이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린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블로그를 오래 운영하다 보면 "이 방식이 통했으니까 이번에도 통하겠지"라는 관성이 생깁니다. AI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도구로 쓰다가, 어느 순간 판단까지 맡기게 됩니다. 그러면 10명이 같은 AI에게 물어본 답은 결국 10개의 비슷한 복사본이 됩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로 인해 약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세계경제포럼(WEF)). 대체되는 일자리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일, 즉 복사본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원본으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정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AI가 절대 못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뱃살과 비무장지대는 무슨 관계인가?"라는 질문에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설명을 늘어놓겠지만, 그 질문 자체를 만든 사람의 유머와 감수성은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질문 능력(Questioning Ability)이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어떤 대상에 얼마나 깊이 몰입하고 사랑하느냐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리스킬링(Reskilling)도 같은 맥락입니다. 리스킬링이란 기존 직무 역량을 버리는 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자신의 능력을 재조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갇히지 않고, 내가 가진 핵심 역량이 지금 이 시대에도 통하는지 스스로 검증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 AI가 주는 답을 그대로 쓰면 복사본 양산자가 됩니다
- 유능함의 덫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작동합니다
- AI가 당황하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곧 원본의 증거입니다
- 리스킬링은 내 핵심 역량을 시대에 맞게 재조합하는 과정입니다
끈기와 끊기, 그리고 코나투스를 찾는 여정
저도 오랫동안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신봉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떤 교수가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뛰다가 죽을 뻔한 뒤 내린 결론이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절대로 쓰지 마라"였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끊어야 할 때 끊지 못했는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끈기(Persistence)와 끊기(Quitting)는 반대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자기 인식에서 나옵니다. 끈기란 내가 정말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에 계속 에너지를 쏟는 것이고, 끊기란 내 한계와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을 때 낭비를 멈추는 것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코나투스(Conatus)입니다. 코나투스란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가 제시한 개념으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내면의 근원적 욕망, 즉 "내가 가장 나답게 살 때 솟구치는 에너지"를 뜻합니다.
제 경우엔 이게 글을 쓸 때였습니다. 다섯 시간이 지났는데도 5분처럼 느껴지는 그 상태. 처음엔 그게 코나투스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좋아서 했을 뿐인데, 결국 그게 제가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반면 억지로 만들어 낸 콘텐츠, AI가 준 틀을 그대로 채워 넣은 글은 쓰고 나서도 뭔가 허전했습니다. 그건 끊어야 할 방식이었던 거죠.
사고의 외주화(Outsourcing of Thinking)도 이 맥락에서 이해하면 더 와닿습니다. 사고의 외주화란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해야 할 영역을 AI에게 통째로 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처음엔 효율적으로 느껴지지만, 반복될수록 자기 판단 근육이 약해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AI에게 글의 결론까지 맡겼을 때 독자 반응이 오히려 더 차가웠습니다. 읽는 사람은 글쓴이의 진짜 판단을 원한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실제로 행동과 통찰의 관계를 연구한 심리학 분야에서도 비슷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경험적 숙달, 즉 직접 해보는 행동을 통해 가장 강하게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여기서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이론이나 외부 정보가 아닌 실제 경험에서 쌓입니다. 결국 코나투스도, 끊기의 지혜도, 책상 앞에서 고민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몸으로 부딪쳐봐야 생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를 많이 쓰면 진짜로 내 사고력이 떨어지나요?
A. 제 경험상 AI를 쓰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판단과 결론까지 맡기는 습관이 문제입니다.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제 스스로 추론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검색 결과를 확인하듯 AI 결과도 한 번 더 검토하는 습관이 그 간격을 메워줬습니다.
Q. 중장년층이 AI 시대에 특히 어떤 강점을 살릴 수 있을까요?
A.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방법론, 즉 "법"이 아닌 "방법"이 강점입니다. AI는 정답을 빠르게 찾지만, 수십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판단 기준과 상황 대응력은 데이터로 학습되지 않습니다. 그 축적된 경험이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희소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Q. 코나투스를 찾는 실질적인 방법이 있나요?
A. 머리로 고민하기보다 직접 해보면서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다섯 시간을 했는데 5분처럼 느껴지는 일이 있다면 그게 신호입니다. 반대로 5분인데 다섯 시간처럼 느껴지는 일은 과감히 줄여야 할 대상입니다.
Q. AI 시대에 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차별화될까요?
A. 정보 자체보다 그 정보를 어떻게 경험하고 어떤 맥락에서 해석했는지가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AI가 만들어준 구조에 제 실패 경험 한 토막을 더했을 때 독자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아무도 복사할 수 없는 문장 한 줄이 글 전체의 신뢰도를 바꿉니다.
결론
정리하면, AI 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사람은 AI를 안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줄 수 없는 것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유능함의 덫에서 빠져나와 리스킬링을 시도하고, 사고의 외주화를 경계하며, 코나투스에서 길어 올린 자기만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AI의 도움을 받겠지만, 편리함은 AI에게 맡기고 판단과 색깔은 제가 직접 만들어 가려 합니다.
오늘 당장 한 가지만 해보신다면, AI에게 답을 묻기 전에 "나라면 어떻게 답할까?"를 먼저 3초만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3초가 쌓이면 생각하는 근육이 됩니다.